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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상 응급처치, 전문병원, 물집, 흉터, 등급 (첫번째)

꽃을든낭자 2023. 2. 13. 15:54

화상 응급처치, 전문병원, 물집, 흉터, 등급 (첫번째)

 

목차

  • 사건 발생 경위
  •  화상
    • 응급처치
    • 전문병원
    • 물집
    • 등급
    • 흉터
    • 주의사항
  • 화상 경험자의 후유증
  • 이 글을 마치며...



사건 발생 경위


2월 5일.
얼마 전 너무 속상한 일이 벌어졌어요. 즐거운 주말 일요일, 아침 겸 점심을 먹고 낮잠을 자고 있었어요. 아이들은 아빠와 함께 즐거운 달고나 만들기가 한창이에요. 그런데 갑자기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려요. 엄마들은 아이의 울음소리만 듣고도 상황의 심각성을 알 수 있어요. 웬만하면 다시 잤을 텐데 울음소리가 심상치 않아요. 벌떡 일어나 아이에게 달려갔죠. 필자보다 빠른 아이의 할머니가 아이를 번쩍 들어 싱크대의 수도에서 차가운 물에 손을 식히고 있었어요. 누름판 위에 붙어있던 달고나가 하필이면 아이의 손으로 떨어졌어요. 아이의 손을 보니 일그러진 피부가 보여요. 화가 났어요. "이거 다 갔다 버려!!!!" 버럭 화를 냈어요. 그리고 아이에게 "네가 뜨거운데 가까이 있어서 이렇게 됐잖아!!!!" 아이에게도 소리를 질러요. 하지만 빨리 병원을 가야 된다는 걸 직감해요. 아이의 할머니가 빨리 옷을 갈아입으라고 말해줬어요. 그래서 겨우 옷을 헐레벌떡 갈아입고 아이를 안고 신랑의 차를 탔어요. 119를 부를 정도로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이 아니라 119까지는 부르지 않았어요. 차를 타고 어느 병원으로 가야 할지도 모르고 그냥 출발했어요. 골목을 빠져나갈 때 필자의 동서가 어느 병원으로 가라고 계속 전화해서 알려줬어요. 동서가 계속 화상 치료 병원 정보를 전화로 전달해 줬어요. 지금 생각하니 너무 고마워요. 그래서 안산시 단원병원 응급실로 향했어요. 만 4세도 되지 않은 아이예요. "아야 아야"를 반복하며 울어요. 의사표현도 잘하고 말도 요목조목 조리 있게 잘하는 아이인데 정말 어린아이가 하는 표현으로 울기만 하는 애를 바라볼 수밖에 없으니 눈물이 나와요. 병원까지 가는 동안 아이의 손을 호호~ 불었어요. 아이가 말하길 엄마가 호~하면 괜찮은데 안 그러면 아프대요. 20분 동안 최선을 다해서 아이의 손을 불었어요. 차에서 내리니깐 어지러워요. 너무 불었나 봐요.

접수하고 의사 선생님이 아이의 인적사항과 열을 재러 대기실로 나와요.
"어디가 아파서 왔니?"
"화상이요"
"차갑게 하고 오셨어요?"
"호호~ 불어주면서 왔어요."
"빨리 들어오세요"
다급히 빨리 들어오라고 말해요.
차가운 물에 손을 담그고 갔어야 하는 건데 필자가 너무 정신이 없었어요.

펠로운 선생님인지 레지던트 선생님인지 구분은 잘 가지 않지만 아무튼 엄청 잘생기신 의사 선생님이 울고 있는 아이를 달래요. 생리식염수 통을 만져보라고 하시며 상냥하게 말해줘요.
"아픈 거 아니야~, 이거 그냥 물이야. 만져봐~"
잘생기신 의사 선생님은 생리식염수를 스테인리스 그릇에 붓고 아이에게 친절하게 말해줘요.
"퐁당퐁당 놀아~"
아이는 차갑다며 계속 울어요. 의사 선생님이 거즈도 넣어 주셨어요.
"이거 조물조물하면서 놀아~~~"

친절하신 선생님 덕분에 마음이 조금 진정 됐어요. 아이가 생리식염수에 손을 넣고 있는 동안 어디에 화상을 입었는지,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확인하고 화상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셨어요. 1도 화상, 2도 화상, 3도 화상. 흉터가 남냐고 물어봤어요. 어쩔 수 없대요. 화상은 흉터가 남는다고 했어요.

교수님 같은 의사 선생님도 아이의 손을 보러 왔어요. 아이가 계속 울고 있으니 "알았어 알았어 나 빨리 나갈게~"하면서 달고나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황급히 치료실을 나가요.

치료가 끝나고 안내문을 주셨어요. 절대 물이 닿지 않도록 주의하고 매일매일 소독하래요. 그리고 화상전문병원으로 가도 상관없고 단원병원 외과 외래로 와도 된다고 했어요. 하지만 필자의 집은 서울이에요. 안산까지 단원병원을 갈 수 없어요. 단원병원 의사 선생님, 간호사 선생님 너무 친절하고 좋은데 아쉬워요.

진통제와 항생제를 처방받아 병원을 나왔어요. 화상 직후 사진은 없어요. 사진 찍을 경황이 없었어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사진을 찍었어요. 왕손이 됐어요. 의사 선생님이 아이들은 손을 막 쓴다면서 풀리지 않도록 손목까지 붕대로 감아줬어요. 젊으신 선생님이 아이를 너무 잘 알아요.


화상

화상은 뜨거운 물, 불, 화학물질에 의해 피부가 손상되는 것으로 우리는 흔히 '화상을 입었다'라고 표현해요. 사람에게 질병과 상해는 모두 가혹하고 잔인하지만 특히나 화상은 더욱더 심한 거 같아요. 화상은 인간이 느끼는 고통 중에서 가장 심하고 오죽하면 화형이 가장 최악의 사형방식이라고 해요.


  • 응급처치

무조건 흐르는 물에 화상 부위를 대고 식혀야 돼요. 흐르는 생리식염수에 상처 부위를 씻어내면 더 좋겠지만 집에 생리식염수가 있을 리 만무해요. 그냥 수도꼭지에 화상부위를 대고 있는 게 최고예요. 수압이 너무 강하면 상처가 더 심해질 수 있으니깐 수압은 약하게 만들어서 상처를 식혀요. 병원으로 이동할 때도 차갑게 하면서 가야 해요. 티슈로 닦거나, 얼음, 아이스팩은 화상 부위를 더 손상시킬 수 있대요.

  • 전문병원

대한민국에 화상전문병원이 많지 않아요. 그나마 필자의 집에서 가까운 화상 전문병원은 한림대한강성심병원이에요. 대중교통으로 1시간 30분 걸려요. 집 근처 병원으로 가려고 했는데 아이 아빠가 한림대한강성심병원으로 가래요. 아직 아이도 어리고 전문적으로 화상외과가 있는 병원으로 가래요. 차가 필요하면 기필코 차를 내어 주겠대요. 예약하려고 전화했더니 예약하지 않고 와도 된대요. 한림대한강성심병원은 2차 병원(종합병원)으로 의사의 소견서가 필요하지 않다고 했어요.

  • 물집

화상을 입으면 물집이 생겨요. 수포라고 해요. 수포는 터트려야 된다. 터트리지 말아야 된다. 말이 많아요. 터트리지 말고 그냥 병원으로 가세요. 특히 어린 아기들일수록 건들지 말고 병원으로 가세요. 의사의 판단에 맡기세요. 화상은 생각보다 너무 잔인해요. 무서워요.

  • 등급

화상의 등급은 1도, 2도, 3도, 4도가 있어요. 4도 이상부터는 생각도 하기 싫어요.
1도 화상은 표피의 작은 손상으로 수포가 생기지 않으며 상처가 경미하여 대부분 일주일 정도의 시간이 흐르면 자연 치유된다고 했어요. 흉터도 남지 않으며 완치가 가능하대요.
2도 화상부터는 얘기가 완전히 달라요. 수포가 생기면 2도 화상이래요. 보험회사는 굳이 2도 화상을 표재성과 심재성으로 나눴어요. 표재성 2도 화상은 표피와 진피가 일부 손상되는 거래요. 흉터가 남을 가능성이 있지만 치료를 잘 받으면 흉터가 남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했어요. 심재성 2도 화상은 표피, 진피의 손상과 더불어 신경의 손상도 생겨서 통증을 느끼지 못하며 흉터가 남아요. 최악의 경우 수술, 피부 이식, 재활이 필요할 수도 있어요. 심재성 2도 화상 이상부터 보험 진단금을 받을 수 있어요. 보험금 안 받아도 좋으니 필자의 아이가 심재성이 아니길 기도했어요.
3도 화상은 표피, 진피의 전부는 물론이고 피하조직까지 손상되는 경우래요. 신경이 모두 손상되어 통증도 없대요. 치료도 피부 이식을 해야 한다고 했어요.
4도 화상은 피부 전층은 물론이고 근육, 신경, 뼈까지 회복이 불가능할 정도로 타들어간 화상을 말해요. 웬만하면 절단 수술을 하는 경우들이 대부분 4도 화상이에요. 제발 인간에게 이런 잔인한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등급의 진단은 1~2주 정도 시간이 지나야 판단할 수 있다고 했어요.

  • 흉터

1도 화상은 흉터를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만큼 흉터가 거의 남지 않는대요. 표피의 손상이 경미하여 병원에 가지 않아도 된다고 했어요. 그러나 수포가 생기는 2도 화상부터는 얘기가 달라요. 1도 화상과 달리 자연 치유가 불가능해요. 흉터가 남아요. 손상 정도에 따라 흉터가 심하게 남을 수도 있어요. 3도, 4도는 말할 것도 없어요.

  • 주의사항

위에서도 계속 언급했듯 응급처치와 치료기간 중에 절대 닦거나 압박을 주면 안 돼요. 상처 부위가 더 많이 손상될 수 있다고 했어요. 응급처지만 잘해도 화상의 깊이를 최소화할 수 있고, 잘 치료하지 않으면 가벼운 화상도 상처가 더 심해질 수 있어요. 본인 스스로 판단하지 말고 아프면 병원.


화상 경험자의 후유증

화상을 경험한 사람이 생각보다 꽤 많아요. 필자도 3~4살쯤 화상을 입었어요. 그런데 흉터도 남았어요. 흉터는 괜찮지만 겨울에 손이 차가워지면 화상을 입었던 부위가 빨갛게 변해요. 왼손이에요. 감각도 둔해요. 그래서 종이에 베이는 미세한 상처는 느낄 수 없어요. 특히 새끼손가락은 감각이 더욱더 둔해서 키보드 칠 때 왼쪽 컨트롤 키를 누르기가 매우 불편해요. 감각이 둔해서 오타도 많이 생기고요. 그래서 기계식 키보드가 갖고 싶어요. 위의 사진이 필자의 화상 부위예요. 팔 안쪽에 흉터도 생겼고 팔목을 경계로 손과 팔의 색이 달라요. 얼룩덜룩한 부분도 있어요. 30년이 넘게 지났는데도... 필자의 딸도 이렇게 흉터와 후유증이 생기는 건 아닌지 너무 걱정이에요.

 

하지만 밝은 곳에서 보면 거의 티 나지 않아요. 무도회장만 가지 않는다면 눈치채는 사람이 없어요.


이 글을 마치며...

한림대한강성심병원에서 진료 후기, 진단 내용, 시간의 흐름에 따라 화상부위 상처변화 사진은 다음 글에서 쓰려고 해요. 뜻하지 않게 너무 내용이 길어졌어요. 필자는 아이와 함께 대중교통을 이용해 병원을 가요. 이렇게 외출할 때마다 배려해 주시는 분들께 너무 감사드려요. 자리를 양보해 주신 분들, 식당 사장님, "안녕" 인사해 주시고 예뻐해 주시는 분들. 모두 너무 감사드려요. 필자도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도울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할게요.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